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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와 기다림의 예술로 영원의 빛을 만든다

인내와 기다림의 예술로영원의 빛을 만든다

- 옻칠 장인, 박만순

옻칠은 시간을 켜켜이 쌓는 작업이다. 소목장이 짠 백골(白骨, 원목 상태의 물건)이 새까맣게 빛이 나는 칠기가 되기까지는 칠을 올리고 말리는 반복되는 고된 작업과 오랜 시간이 더해져야 한다. 여기, 지난 45년간 옻칠공예 한 길만 걸어온 사람이 있다. 박만순 옻칠 장인. 그는 ‘옻칠은 투자한 정성과 시간만큼 긴 생명력을 갖는다’는 철학으로 고집스럽게 칠하고 다듬고 기다리고 다시 또 칠하는 작업을 멈추지 않는다.

글 김윤경 편집기획팀장 사진 이보영 주무관
 



작가의 손끝에 따라 달라지는 섬세한 옻칠
까만 바탕 위에 형형색색으로 펼쳐진 나전과 옻칠의 향연은 말로 표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은은하면서도 화려하고, 고아한 기품에 옻칠 고유의 냄새까지 어우러진 칠기는 예로부터 사랑받기에 충분한 매력을 지녔다.
“칠기는 한민족 역사와 함께 해 온 전통공예입니다. 옻칠의 유익함을 깨닫고 생활에 접목한 선조들의 지혜가 깃들어 있죠. 옻칠 공예품은 표면에 막을 형성해 광택뿐 아니라, 부착성, 내수성, 방부성, 방충성, 절연성 등이 뛰어나 과학적으로도 인정받고 있어요.”
건조를 열(熱)이 아닌 습(濕)으로 하는 것도 우리 전통 칠기의 특징이라고 한다. 섭씨 25~30℃, 습도 75~85% 정도의 온도와 높은 습도가 유지되는 건조실에서 건조한 뒤에 다시 연마와 칠을 반복하는 방식이다.
“옻칠공예는 옻나무의 수액인 옻을 이용해 백골에 칠을 하는 겁니다. 나무, 수액, 삼베, 한지, 자개 등 재료들이 하나같이 천연재료죠. 가장 중요한 재료인 옻의 수액도 지역에 따라 채취 시기에 따라 성질이 다른 데다 건조과정에서 습도와 온도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이러한 변수 때문에 옻칠 작품은 무엇보다 작가의 정교함과 세밀함에 따라 완성도에서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옛날 방식을 고수하는 정직함으로 인정받는 작품
나전칠기 제작 공정은 기본 30가지가 넘는다.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려면 수만 번의 손길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보통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넘게 걸리기도 한다. 그야말로 ‘인내’ 끝에 탄생하는 작품인 셈이다.
시대는 바뀌었는데 옛날 방식을 고스란히 답습하는 그를 미련하다고 몰아붙이는 사람도 있다. 손이 많이 가는 전통 기법을 고수해서는 도저히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가며, 딱하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백골에 칠을 바르고 그 위에 삼베를 발라 제작하는 전통 기법을 고집한다. 첨단 시대이긴 하지만, 결국에는 전통으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는 신념으로 박만순 씨는 철저히 옛 방식을 고수한다. 나전칠기의 생명은 칠에 있다고 강조하는 그에게 ‘대충’이라는 단어는 통하지 않는다.
“옻칠공예는 옆에서 보면 지루하고 답답하고 짜증 난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합니다. 하지만, 꼭 그렇게 모든 과정을 꼼꼼히 거쳐야 비로소 마지막 결과물에서 제대로 빛을 낼 수 있답니다. 그건 제 신념이기도 합니다.”
이런 고집스러움 때문일까. 2017년 대통령 독일 국빈 방문 시 정상 선물로 가져간 ‘포도문 보석함’은 45년간 칠공예에 인생을 건 박만순 장인의 작품이었다.

 



45년간 이어온 옻칠 장인의 정신
박만순 장인은 나전칠기 공방을 운영했던 큰아버지의 전통을 이어 지금까지 외길을 걸어오고 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큰 아버지 공방의 기술자들 밑에서 칠공예를 배웠다. 그곳에는 백골부, 자개(나전)부, 칠부(옻칠)에 대한 전문 인력들이 있었고 그들에게서 손에 물집 잡히는 고통을 참아내며 기술을 배웠다. 그의 남다른 바닥표면 연마하기와 각과 모서리 모양을 잘 살려내는 실력도 그때 익힌 기능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가 작가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한 것은 나이 마흔에 만난 아내 김순겸 씨 덕분이다. “IMF도 발생했고, 잠시 다른 일을 할까 고민하던 시기였어요. 그런데 아내가 제일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권하더라고요. 결국, 나전칠기의 길을 그대로 걷게 되었습니다.”
전승공예 출품작으로 재현 작품을 만들기도 하지만 그의 주된 관심은 역사적인 고증 자료를 찾아내 문양과 형태를 재현하면서도 자신만의 기술과 생각을 담은 창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데 열정을 쏟아왔다. 이미 그의 이름이나 작품들은 옻칠 분야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
2007년 ‘제1회 부천 한국문양공예대전 대상’을 비롯해 ‘11회 한국문화재기능인작품전 대상’ , ‘12회 한국옻칠공예대전 대상’, ‘17회 남원시 전국목공예대전 대상’, ‘제45회 대한민국공예품대전 산업통상자원부장관상’, ‘제46회 경기도 공예품대전 대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일본 공예의 현재전’, ‘한국문화재재단 초대작가 박만순옻칠 개인전’, ‘나전과 옻칠, 그 천년의 빛-한. 영 수교 70주년 기념행사’ 등 수십 여 차례의 전시회를 열었다. 매스컴에 수없이 노출되기도 했고, 2017년에는 ‘옻칠 나전 트레이(복숭아문)’ 유럽 지식재산권 등록도 마쳤다.

 

 

공모전마다 출품하는 작품이 상을 거머쥐지만, 돈이나 명예보다는 본인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기 위해 자기 자신과 싸워 최고의 작품을 만드는 일에 집중한다는 그.
“옻칠은 정직하게 모든 공정을 꼼꼼하게 작업해야만 비로소 몇 달 걸려 완성한 작품 앞에 딱 섰을 때 투명하고 맑게 비치는 흑칠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한 과정이라도 허투루 하면 절대로 그런 빛깔을 낼 수 없습니다.”
전통을 제대로 이어가는 것이 가장 큰 자부심이라는 박만순 장인. 그는 오늘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다.


박만순 옻칠공방
부천시 소사로 793번길 22, 수정상가 302호 / 032-664-5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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